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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전화 1393

쏠헤커 2024. 11. 19. 20:21

늦은 밤이었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그 소리는 마치 어둠을 갈라내는 새벽의 첫 번째 새소리 같았다.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반대편에서는 한숨 섞인 쉰 목소리가 들렸다. "저~ 그냥 벽에 붙은 스티커보고 전화했어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 말은 마치 새벽 바람처럼 마음을 후벼팠다.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서 다행입니다. 늦은 밤에 당신과 나,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세요?"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인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나는 상담실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기적입니다. 지금 당신과 내가 이 작은 전화기로 연결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 순간.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그는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나는 이제 아무도 아니에요."
나는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듯 속삭였다. "아무도 아닌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죠. 그리고 이름이 있는 사람은 이야기가 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삶은 어떤 노래였나요?"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젊은 날의 열정, 그리고 지금까지의 외로움까지. 그의 말은 처음엔 불안하게 떨렸지만, 점점 안정된 톤으로 변해갔다.

"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써줘서 고마워요."
나는 대답했다. "시간은 쓰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겁니다. 오늘 밤, 당신이 나와 시간을 나누어 줘서 제가 더 고마워요."

그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평온을 되찾은 사람처럼.
"오늘 밤은 조금 더 살아볼게요. 당신 덕분에."

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 동안 멍하게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마치 그 선 너머로 흘러갔던 외로움과 희망이 아직도 방 안에 가득 찬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