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본디 자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할 때, 그 기준을 흔히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운전자의 90%가 자신이 평균 이상의 운전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적 오류를 넘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자만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교수의 94%가 자신의 강의 실력이 평균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상적으로 포장하며, 그것이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 사업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 이유는 단순히 낙관적인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인간 본성에서 비롯됩니다. 성공 가능성을 냉정히 계산해보면 오히려 성공 확률이 낮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며 실패를 예측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이토록 자만에 사로잡힐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심리적 방어 기제에서 기인할 것입니다. 자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만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상태에서의 결단은 곧 냉철한 판단력을 잃게 만들며, 이는 곧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사업의 실패율이 90%에 가깝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명백하지만, 정작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은 다를 것이라 믿습니다. 이와 같은 믿음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도전과 혁신은 어쩌면 이런 비합리적인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만이 깨졌을 때입니다. 현실이 우리의 믿음을 배반하면, 많은 사람은 남 탓을 하거나 환경 탓을 하며 그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이렇듯 자만이 불러오는 결과를 돌아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겸손입니다. 겸손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변화와 성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듯, 겸손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자만으로 가득 찬 사람은 이 거울을 보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그저 잘될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이 가진 약점과 단점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겸손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겸손한 사람은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릴 줄 압니다. 실패를 남 탓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히려 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얻으려 합니다. 실패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자만은 물 위에 떠 있는 거품과 같습니다. 거품은 하늘을 향해 자신을 뻗어 보이지만, 바람이 불면 금세 터져버립니다. 겸손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와 같습니다. 그 나무는 폭풍이 몰아쳐도 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만의 거품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온통 장미빛으로 가득 차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현실과 맞닿지 못할 때, 우리는 좌절하고 실패하게 됩니다. 자만은 결국 우리의 한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겸손은 우리로 하여금 발밑을 보게 합니다. 발밑을 본다는 것은 결코 비겁한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설 자리를 확인하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의미합니다. 나무는 하늘로 뻗어 올라가기 위해 뿌리를 단단히 내려야 하듯이,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겸손이라는 뿌리가 없는 자만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겸손을 배울 수 있을까요? 겸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흙 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씨앗과 같습니다. 우리는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곧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와 연결됩니다.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됩니다.
또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고, 타인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겸허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타인의 시선은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습니다.
겸손은 꾸준한 자기 성찰을 요구합니다. 성찰이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만이라는 허상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겸손은 우리가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자만이라는 거품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지만, 겸손이라는 뿌리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단단히 지탱해줍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만을 내려놓고 겸손을 배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겸손은 우리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자,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열쇠입니다. 겸손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