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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가족 그리고 돌봄

쏠헤커 2024. 5. 12. 08:05

 

  한국 사회의 급속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가족 개념의 변화로 볼 수 있다. 핵가족화와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으로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황혼이혼, 졸혼의 증가 등도 주목할 만한 현상들이다. 이러한 변화로 전체 노인가구의 78% 이상이 노부부만의 가구와 노인 1인 가구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탈가족화는 노년기에 가장 중요한 경제적·정서적·신체적 보호망이 무너지는 위험이 가속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내에서 가족요양을 지원하는 한편,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된 다양한 자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장에서는 노인의 가족관계 변화로 인해 드러나는 고독감 및 돌봄 공백을 살펴보고 지역 기반의 관계자원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노인의 가족관계 특성

  노년기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위축되면서 생애 어느 시기보다도 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핵가족화, 도시화에 의해 노인 단독 세대가 늘어나며,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 노년기 부부관계

  노년기 부부는 은퇴와 자녀들의 독립 이후 긴 시간동안 둘만의 생활이 이루어진다. 노년기의 배우자는 인생의 동반자일 뿐 아니라 몸이 아플 때 돌봄 제공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노인의 결혼만족도는 노인의 생활만족도, 행복, 건강, 장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부의 결혼 만족도를 가족생활주기별로 살펴보면 신혼 초기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가 자녀의 출산과 함께 차츰 감소하여 자녀가 청소년기에 가장 낮아진다. 이후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높아지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노년기의 낮은 결혼 만족도는 중·장년기 이후 서로의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2) 황혼이혼 및 졸혼·재혼의 증가

  은퇴 이후 부부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황혼이혼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노년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성생활이 가능한 신체 조건과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재혼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법적으로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공간적으로는 떨어져 사는 졸혼이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자녀와의 관계

  노년기의 부모들은 예전에 비해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자녀와의 관계를 여전히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자녀와의 관계 정립은 노후의 부양, 심리적 안녕, 생활만족도를 좌우하는 결정요인이 되어 왔다. 노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선 동거율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에 자녀와 동거 비율이 27.6%에 비해 2020년에는 20.1%로 줄어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4) 조부모-손주 관계

  2018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중 4.4%가 지난 1년간 10세 미만의 손주를 돌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조손가정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세대 차이, 교육 수준이 낮은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 및 교육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 이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있더라도 관련 정보를 찾아서 신청하는 경로를 알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중간에 필요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주는 내비게이터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 가족과 돌봄

  2008년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요보호 노인의 수발에 대한 가족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족 수발이 사회적 수발로 대체되고 있지만 가족은 여전히 노부모 수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돌봄의 경험은 돌봄제공자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가져오게 된다. 노인의 기능장애나 인지 저하에 따라 가족들은 다양한 종류의 도움을 제공하는데, 돌봄제공을 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돌봄을 받는 가족구성원과 훨씬 더 친밀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으로는 돌봄제공자들이 부양으로 인해 여가 및 사회활동이나 개인적인 활동이 어렵고, 신체적·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부양자를 숨겨진 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노부모 돌봄을 위해서 휴직이나 퇴직을 하는 중년여성의 경우는 경력단절이 일어나고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기회를 갖지 못함으로 인해 노후 빈곤계층으로 떨어지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공적 돌봄서비스와 가족 돌봄은 적절한 안배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가족 돌봄제공자의 경제적 비용을 덜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3. 사회적 고립과 포용

  통계청의 ‘2020 국민 삶의 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은 1589천여 명(전체 노인의 19.8%)으로 2000년보다 1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1인 가구는 혈연가족뿐 아니라 이웃이나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을 우려가 크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은 노년기 고독, 신체적·정신적 건강 등의 문제를 더 크게 가져온다.

  공식적인 역할과 관계망이 사라지는 노년기에는 가족, 친척, 친구들과 가까이 왕래하며 비공식 차원의 정서적 유대나 사회적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독거노인들의 경우 이러한 정서적 지지를 얻지 못하며 소외감과 고독감을 경험하게 된다.

노년기 고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계망을 만들고, 은퇴한 사람들은 지역기반의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주변에 남은 소수의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정서적 지지를 얻는 환경이 필요하다.

 

4. 복합적 교류 방식으로의 변화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로 인해 노년기의 가족관계는 점점 축소되며 가족 부양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노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역시 과거와 달리 수평적·상호 교환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인들이 경제적·정서적·신체적 부양을 자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돌봄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보건의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거, 장보기, 운동, 교류 등 복합적이다. 따라서 병원, 시설, 복지관 등 기존의 서비스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대상자가 느끼는 필요를 통합해서 해결하는 연계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핵심은 노인이 포함되는 지역사회의 관계성이라는 점이다. 노인들이 혈연가족을 기본으로 하여 친구, 이웃으로 관계망을 넓혀 나가는 한편,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신체적·인지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역 내 상호 지지체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