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리즘의 목표는 어디서 몇명을 희생시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젭사게 전세계로 전달하는 메스컴의 활약을 이용하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그 사회에까지 두려움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파시즘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람들이 남의 잘못을 비판하게 지성을 활용하게 하면서 마음속에 죄의 씨앗을 남겨 놓는 것이다.
테러리즘과 파시즘: 공포와 죄의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메커니즘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는 테러리즘의 위협과 권위주의 정권의 부상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에 직면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 둘은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심리적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테러리즘은 물리적 폭력으로 시작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공포의 확산"에 있습니다. 파시즘은 권력의 강제력을 통해 통제하지만 핵심은 "죄의식의 심리적 조작"에 있죠. 이 두 현상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정신을 점령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파헤쳐봅니다.
1. 테러리즘: 메스컴이 전달하는 "보이지 않는 폭탄"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장면은 전 세계 TV 화면을 강타했습니다. 당시 사망자 수(2,977명)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진정한 파장은 24시간 롤링되는 재방송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한 것은 단순한 인명 피해가 아니라 "이 장면이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것"이었습니다.
- 공포의 글로벌화 : 2015년 파리 테러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소셜미디어의 생생한 영상으로 인해 유럽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의도한 대로, 실제 피해 규모보다 심리적 충격의 확산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 사례입니다.
- 메스컴의 양면성 : 언론은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와 동시에 과도한 보도가 공포를 재생산한다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2016년 브뤼셀 테러 당시 유럽 매체들은 "보도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피해자 중심의 보도로 전환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유튜브와 SNS에서는 생생한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현대 테러리즘은 폭발음이 아닌 픽셀(pixel)로 승부합니다. 매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테러를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 파시즘: "너도 공범이다"라는 속삭임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 진행된 "유대인 불매운동"은 교묘한 심리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포스터에는 "유대인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조국을 배반하는 행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타인을 감시하고 비판하게 만드는 장치였죠.
- 도덕적 이분법의 함정 : 파시즘은 선과 악, 애국자와 배신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흑백 논리를 강조합니다. 2020년대 일부 국가에서 "반정부 시위대 = 국가의 적"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침묵하는 다수의 죄책감 : 1942년 독일인 신부 요제프 뮐러는 "유대인 학살에 반대하지 않는 것도 죄"라고 외쳤으나, 대부분의 시민은 "내가 직접 가담하지 않았으니 무죄"라 생각했습니다. 파시즘은 바로 이런 수동적 방관자에게도 죄의식을 심어 전체주의를 유지합니다.
최근 어떤 국가에서 SNS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시민을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권력이 직접 탄압하는 대신 국민 상호 간의 감시 체계를 구축하려는 현대판 파시즘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위협: 알고리즘은 공범인가?
21세기에 들어 두 현상은 기술 발전과 결합해 더 교묘해졌습니다. ISIS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100개 이상의 언어로 그들의 메시지를 유포했고, 극우 단체들은 YouTube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점진적 과격화 콘텐츠"로 청년들을 포섭합니다.
- 공포의 맞춤형 배달 : 2022년 메타 분석에 따르면, 테러 관련 콘텐츠를 본 사용자의 68%가 1시간 이내 유사 영상을 추천받았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무의식중에 공포 확산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디지털 희생양 만들기 : 특정 집단을 SNS에서 집중적으로 비난하는 해시태그 운동은 현대판 "디지털 린치"로 발전했습니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공격하는 글을 본 네티즌의 43%가 "비록 과잉이지만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알고리즘 증폭 효과가 죄의식을 약화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4. 탈출구: 공포와 죄의식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가지 방법
1. 메스컴 리터러시 재정의하기
- 뉴스를 볼 때 "누가 이 보도로 이익을 보는가?"라고 자문해보세요. 2023년 CNN은 테러 사건 보도 시 화면 하단에 "이 영상은 3회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문을 추가했습니다. 우리도 과도한 노출을 차단하는 적극적인 필터링이 필요합니다.
2. 비판적 공감 실천하기
- 타인의 실수를 비판할 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이라고 뒤집어 생각해보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 박물관'에는 "방관자도 가해자 시스템의 일부"라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해자 이분법을 넘어선 성찰을 촉구합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프레임 속에 있는 정치인들을 구분할줄 알아야합니다.
3. 공동체 신뢰 재구축하기
- 2011년 노르웨이 테러 당시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연대"로 응답했습니다. 이는 테러와 파시즘이 약화시키려는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