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를 때면 발아래 작은 돌멩이가 발을 디디라고 속삭인다. 강을 건널 때면 흐르는 물결이 발목을 적시며 방향을 알려준다. 스웨덴의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말한 "우리 안의 작은 목소리"는 이렇듯 고요하지만 단호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영화 필름보다 더 두꺼운 인간 내면을 가르며, 오늘도 우리의 갈피를 잡아준다.어릴 적 시냇가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그랗게 퍼졌다. 그 동심원은 닿을 곳 없는 마음의 파장을 닮았다. 심리학자 칼 융은 '무의식'을 바다에 비유했다. 표면의 파도는 이성의 언어지만, 깊은 심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조류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말한 '작은 목소리'는 바로 그 조류다. 논리로 포장된 삶의 결정 뒤에 항상 묵직한 침묵이 깔려있음을, 그녀는 영화 〈가스등〉의 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