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함께 걷는 느린 산책 봄날 아침이다. 바람이 내 어깨를 다정하게 툭툭 두드린다. ‘이제 좀 나가보지 그래?’ 그렇게 나는 봄의 부름에 이끌려 길을 나선다. 행선지는 없다. 걷는다는 건 때때로 목적지가 없어도 좋다. 그저 나를 데리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풀잎 하나가 고개를 들고 햇살을 받는다. 나는 그것을 본다. 어쩌면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보듯 그렇게. 봄은 말없이 자라나지만, 그 고요 속에는 온 세상의 속삭임이 숨어 있다. 그 속삭임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느리게 걷는다는 건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나는 더 조용히 걷는다. 마음속에도 봄이 들어야 한다. 잊고 있던 꿈이 꽃망울을 틔우고, 눌려있던 감정들이 꽃비처럼 흩날린다. 걷다가 슬퍼지고, 걷다..